조선시대 궁중은 단순히 권력의 중심지일 뿐만 아니라 예술과 장식의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왕실의 권위와 이상을 드러내기 위해 벽화, 병풍, 자수, 단청 등에 다양한 꽃이 사용되었는데, 그중에서도 국화와 매화는 특히 자주 등장한 소재였습니다. 국화와 매화는 사군자 중 두 가지로, 선비 정신을 상징하는 동시에 궁중 장식화에서는 왕실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국화는 가을의 대표 꽃으로, 꽃말은 장수와 절개를 뜻합니다. 조선의 궁중 장식화에서 국화는 주로 화려하게 피어난 모습으로 그려졌는데, 이는 군왕의 권위가 오랫동안 이어지기를 바라는 염원을 상징했습니다. 또한 국화는 늦가을 서리에도 굴하지 않고 피는 꽃으로, 역경 속에서도 굳건히 왕실을 지키겠다는 의미가 덧붙여졌습니다. 국화가 병풍이나 연회 장식에 자주 쓰인 이유도 바로 이러한 장수와 번영의 메시지 때문입니다.
매화는 겨울 끝, 봄의 시작을 알리는 꽃으로, 꽃말은 고결함과 희망입니다. 추운 겨울을 뚫고 가장 먼저 피는 매화는 선비의 고고한 기상을 상징하며, 궁중에서는 새로운 출발과 왕실의 영속성을 기원하는 의미로 활용되었습니다. 특히 매화는 단독으로 그려지기도 했지만, 국화·난초·대나무와 함께 사군자로 묘사되어 왕실의 정신적 이상을 드러내는 장치가 되었습니다. 매화의 흰 꽃잎은 순결과 희망을 상징해, 새로운 세대와 밝은 미래를 향한 바람을 담아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조선시대 궁중 장식화 속 국화와 매화를 감상할 때, 단순한 장식적 아름다움 이상의 의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것은 왕실의 권위를 드러내는 동시에, 시대를 넘어 변하지 않는 가치―절개, 희망, 장수―를 담은 상징이었습니다. 국화와 매화는 지금도 여전히 한국 미술과 문화 속에서 중요한 의미를 이어가며, 우리의 삶 속에서 인내와 희망을 상기시키는 꽃으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