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장미나 모란에 비해 패랭이꽃은 작고 소박합니다. 그러나 들길이나 담장 곁에 수수하게 피어난 이 꽃은 오래전부터 민중의 삶과 함께하며 특별한 상징성을 지녀왔습니다. 곱게 자른 듯한 꽃잎 모양 때문에 이름 붙여진 패랭이꽃은, 화려하지 않아도 질기고 오래 피어나는 생명력으로 서민들의 정서와 맞닿아 있었습니다.
패랭이꽃은 삼국시대부터 기록에 등장합니다. 고려와 조선에 이르러서도 민가 주변이나 들판에서 흔히 자라 사람들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습니다. 조선의 시인과 화가들도 패랭이꽃을 소재로 삼았는데, 이는 군자의 절개나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모란·난초와 달리, 민중의 소박한 삶과 가까운 꽃이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민화 속에서도 패랭이꽃은 집안의 평안과 검소한 삶을 표현하는 장식으로 자주 사용되었습니다.
꽃말은 ‘순수한 사랑’, ‘겸손’, ‘헌신’으로 전해지는데, 이는 민중의 삶 속에서 더욱 자연스럽게 어울렸습니다. 화려함보다는 진실된 마음을 중시하고, 절제 속에서 행복을 찾으려는 정서를 패랭이꽃은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또한 오래도록 피어나는 특성은 끈질긴 생명력과 인내를 상징하여, 고단한 생활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했습니다.
패랭이꽃은 약재로도 쓰였습니다. 뿌리와 줄기는 이뇨와 해열에 효능이 있어 민간요법에 활용되었는데, 이는 꽃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생활과 건강을 지탱하는 실제적 존재였음을 보여줍니다. 들판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패랭이꽃은 민중에게 친근하면서도 실질적인 가치를 지닌 꽃이었던 셈입니다.
오늘날 패랭이꽃은 도시의 정원이나 공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관상용 꽃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그 뿌리에는 민중의 삶과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역사가 남아 있습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오래도록 꿋꿋이 피어나는 패랭이꽃은, 여전히 우리에게 소박한 행복과 끈질긴 생명의 의미를 일깨워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