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면 한국의 도시 거리는 황금빛 은행나무로 물듭니다. 길게 늘어선 가로수들이 노랗게 물드는 모습은 단풍과는 또 다른 계절의 정취를 선사합니다. 은행나무는 단순한 가로수를 넘어, 도시의 가을 풍경을 대표하는 존재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렇다면 은행나무는 어떻게 오늘날의 도시 경관을 바꾸게 되었을까요?
은행나무는 중국이 원산지로, 약 1억 5천만 년 전부터 존재해 ‘살아 있는 화석’이라 불립니다. 한국에는 삼국시대부터 들어왔으며, 고려와 조선을 거치며 사찰과 마을 어귀에 심어졌습니다. 수명이 길고 병충해에 강한 특성 덕분에 마을 수호목이나 기념목으로 사랑받았습니다. 특히 조선 시대에는 과거시험 장소였던 성균관에 은행나무가 심어져 ‘학문의 나무’, ‘정직과 청렴의 상징’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현대 도시에서 은행나무가 본격적으로 심어진 것은 20세기 중반 이후입니다. 도시 미관을 개선하고 그늘을 제공하기 위해 대규모로 가로수 사업이 진행되면서, 성장 속도가 빠르고 내구성이 강한 은행나무가 대거 선택되었습니다. 그 결과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의 주요 도로에는 은행나무가 줄지어 심어졌고, 가을이 되면 도시 전체가 황금빛으로 물드는 독특한 풍경이 만들어졌습니다.
물론 은행나무의 열매인 은행 특유의 냄새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많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는 열매가 맺히지 않는 수나무 위주로 가로수를 심거나, 열매 수거 작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이 도입되었습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은행나무는 여전히 도시의 주요 가로수로 유지되며, 계절의 상징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오늘날 은행나무는 단순한 가로수를 넘어, 도시 가을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황금빛 잎사귀가 흩날리는 거리는 시민들에게 일상의 휴식을 제공하고, 사진과 여행의 명소로도 각광받습니다. 은행나무는 결국 도시의 차가운 풍경에 따뜻한 색채를 입히며, 가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상징적 존재가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