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의 백합, 순수와 의심이 교차하는 미스터리한 상징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2022)」은 형사 해준과 용의자 서래의 관계를 중심으로, 사랑과 의심, 그리고 욕망이 얽힌 미스터리를 정교하게 풀어낸 작품입니다. 서스펜스와 멜로가 교차하는 이 영화에서 백합은 중요한 시각적 장치로 사용되며, 인물의 감정과 상황을 은유적으로 드러냅니다. 백합은 흔히 순결과 순수, 신성함을 상징하는 꽃이지만, 영화 속에서는 오히려 의심과 욕망, 그리고 진실을 가리는 안개 같은 긴장감과 결합하여 독특한 상징성을 띱니다.

백합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장면은 서래의 집 안 풍경에서 두드러집니다. 하얗게 빛나는 백합은 공간을 우아하게 물들이지만, 동시에 그 안에서 벌어지는 대화와 시선은 미묘한 긴장과 불신으로 가득합니다. 형사 해준은 서래에게 끌리면서도 그녀를 범인으로 의심하고, 서래는 해준의 관심을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의 속내를 감춥니다. 이처럼 백합은 겉으로는 깨끗하고 순수한 아름다움을 지녔지만, 그 뒤에는 은밀한 비밀이 숨어 있음을 암시합니다.

박찬욱 감독의 연출은 백합의 이중성을 더욱 극대화합니다. 카메라가 흰 꽃잎을 부드럽게 비출 때 관객은 한순간 안도감을 느끼지만, 곧이어 이어지는 대사의 흐름과 인물들의 표정은 그 평온함을 깨뜨립니다. 마치 백합의 향기가 진할수록 쉽게 질린다는 사실처럼, 영화 속 백합은 아름답지만 오래 머물 수 없는 불안정한 관계를 상징합니다. 이는 해준과 서래의 애매모호한 관계와 완벽하게 맞물리며,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이 단순한 사랑이 아닌 미스터리 그 자체임을 드러냅니다.

오늘날 「헤어질 결심」 속 백합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영화 전체의 정서를 함축하는 상징으로 읽힙니다. 백합은 순결의 이미지로 시작하지만, 서사의 전개 속에서 점차 의심과 욕망의 그림자를 입게 됩니다. 그 과정은 마치 진실과 거짓, 사랑과 범죄가 교차하는 영화의 구조와도 닮아 있습니다. 관객은 결국 백합을 보며 질문하게 됩니다. “순수함은 진실을 담보하는가, 아니면 가장 교묘한 위장의 형태인가?” 이처럼 「헤어질 결심」의 백합은 미스터리 속에서 피어난 가장 아이러니한 꽃으로, 오래도록 잔향을 남깁니다.